본문 바로가기
정보공유

나도 프로이직러? 내 인생의 자양분 이직 사유와 허심탄회한 생각

by 나노피코 2022. 12. 11.
반응형

나도 프로이직러? 내 인생의 자양분 이직 사유와 허심탄회한 생각

퇴사했다. 이번에는 7개월 다니고 퇴사했다. 사실 이 퇴사는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어서 이전 퇴사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어찌 됐든 몇 년을 다닌 곳도 있고, 5개월 다닌 곳도 있고, 그보다 더 전에는 4개월, 그리고 3개월 다니다가 그만둔 곳도 있다. 이 정도면 프로이직러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회사에서 경험했던 일과 이직 사유, 이직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 등 여러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이니, 원색적 비난보다는 '이런 경험을 한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롯데월드-후렌치-레볼루션
잠실 롯데월드 놀러가서 찍은 놀이기구 후렌치 레볼루션 간판

몇 년을 버틴 직장은 직원을 대학원생 노예 부려먹듯 하대하고 돈과 관련된 문제가 몇 번 있었다. 그 외에 당사자도 며칠 전에 알게 된 부서 이동, 연차수당 미지급으로 인해 연차 사용을 압박하지만 매일 야근할 만큼의 업무로 인해 연차의 절반도 못썼던 회사였다. 대중교통 첫차 타면 할인되는걸 이때 처음 알았다. 첫차 타고 퇴근하는 심정이란... 버티다 버티다 건강이 나빠져서 살기 위해 퇴사했다.
이때 배웠다. 일을 맹목적으로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성공에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내 건강 챙기며 적당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퇴사하면 실질적으로 나한테 남는 게 없다는 사실도. 회사에 꽤나 큰 업적을 세웠는데 퇴사하니 부질없었다. 다만 개인의 성취감은 최고였고, 이직할 때 내세울만한 커리어가 하나 추가됐다.

 

3개월 다닌 회사는 월급을 안 줘서 퇴사했다. 노동청에 신고해서 1년이 넘어서야 못 받은 월급 받고 합의로 마무리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업체명을 살짝 바꿔 현재도 영업 중이다. '출근은 했지만 일을 안 했기 때문에 월급을 줄 수 없다'는 명언을 날린 이 회사. 회사가 이렇게 말한 것은 내가 신입으로 들어가서 아는 게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일다운 일은 하지 않아서 월급을 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21세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충격이었다. 3개월 다니고 손절했기에 다행이지 더 다녔으면 무슨 꼴을 봤을까 싶다. 이때 배웠다. 이런 분위기의 회사는 면접에서 걸러야겠구나.

 

4개월 다닌 회사는 직장상사가 좋아하는 술 때문이었다. 상사가 술을 좋아해서 내가 속한 부서만 따로 매주 1회 회식을 했다. 다들 술자리가 싫으니, 술 당번을 정해서 한 명씩 돌아가며 상사를 빨리 취하게 만들고 집에도 빨리 보내는 짓을 4개월 내내 했다. 대중 매체로만 접하던 음주운전을 이 회사에서 처음 보았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직장 내에서는 영향력 있는 상사이다 보니 임원들조차 직원에게 사회생활 다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겨달라고 했다. 내 가치관과 맞지 않아서, 윤리적으로 힘들어서 퇴사했다.

 

5개월 다닌 회사는 연봉과 업무 강도를 심하게 낮춰서 입사했다. 괜찮을 줄 알았다. 집과 가까워서 출퇴근을 걸어서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입사했다. 하지만 일을 해야 즐거움을 느끼는 나로서는 지루함과 따분함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퇴사했다. 이때 알았다. 나는 월급루팡 체질이 아니라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는 피곤한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마지막으로 퇴사한 회사에 입사했다.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넘길 건 그냥 넘기며 꽤나 만족하며 다녔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드디어 마음 두고 다닐 회사를 찾았는데 갑작스레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하기 정말 싫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이렇게 이직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성장했고,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가치관 형성에도 상당량 기여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 시간이 지나니까 그 당시에는 떠올리기도 힘들었던 사건들이 미화되어서 지금은 '그땐 그랬지. 참 별일이 다 있었어'라고 떠올리며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돌아보니 값진 경험이었고 여러 번의 이직은 지금 내 인생의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프로이직러를 응원한다. 이직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응원하는 건 아니다. 요즘 들어 자주 거론되는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타인을 비난하고 본인 것만 챙기는 이기심만 충만한 사람들의 잦은 이직은 나도 싫다. 어찌 사람이 항상 이득만 취하랴. 어느 날은 야근을 할 수도 있고, 어느 날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맹목적인 헌신만 아니라면 직장생활에 약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게 본인이 생각하는 수용한계를 넘어서는 안되고 건강을 잃어서도 안된다. 회사 생활하며 배울 점은 분명히 많다.

더불어 이직을 자주 하는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나쁜 시선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면접에서 왜 이렇게 이직을 여러 번 했는지 물어보면 위에 줄줄이 써놓은 사유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가 없다. 최대한 정중하고 아름답게 포장하여 납득이 될만한 이유로 답을 하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직은 단순히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과 조직, 더 나아가서는 사회까지 엮여 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상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나에게 이직은 나와 비교적 맞는 회사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 속에 실수도 있고 배움도 있는 것이다. 회사가 마음에 들면, 웬만큼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직원은 퇴사하지 않는다. 퇴사하면 그 힘든 취업준비를 다시 해야 하는데, 번거롭고 귀찮아서라도 웬만하면 퇴사하지 않는 방향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당장 손절해야 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1년 정도는 다녀보고 퇴사를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니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확실한 것은 이 세상에 내 입에 맞는 직장은 없다.

누군가는 이직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고작 이런 걸로 퇴사를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배부른 소리가 맞을 수도 있고, 고작 이런 걸로 퇴사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출근도, 일도 결국 내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인데 모두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