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뻥 뚫린 종로 열린송현 녹지광장
오랜만에 인사동에 놀러 갔다가 엄청난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높은 돌담으로 가려져서 안쪽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했던 종로의 그 공간이 열린송현 녹지광장으로 공개되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여길 보다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가운 광장입니다. 시원하게 트인 공간을 보니 꼭 구경해야겠다 싶어서 급하게 일정을 변경하여 열린송현 녹지광장을 한 바퀴 돌게 되었습니다. 닫힌 공간이 열린 것과 동시에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며 이곳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의 입구입니다. 입구 위치는 우뚝 서있는 안국빌딩 바로 옆입니다. 도심 속의 평야처럼 넓게 트여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입니다. 특히 이곳의 이전 모습을 아는 분이라면 무언가 달라진 것을 더욱 잘 인지할 수 있습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 바로 옆에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도 원래는 막혀있었지만 2021년에 개관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같이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현 열린녹지광장 안내도입니다. 생각보다 크기가 크고 코스모스, 백일홍 등 다양한 식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도에 현 위치(왼쪽 아래)라고 표시된 곳이 입구입니다. 종각역에서 시작하여 인사동을 쭉 걸어가다 보면 닿게 되는 인사동 끝자락에 녹지광장 입구가 있습니다. 가운데는 잔디광장이 크게 자리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여러 가지 꽃이 있습니다. 지도상에서 왼쪽 위에는 관리사무실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 입구에 세워진 역사 안내판입니다. 제목부터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완성된 열린송현 녹지광장'입니다. 높은 돌담으로 막혀있어 도대체 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게 만드는 닫힌 공간이었는데 이렇게 활짝 개방하니 매우 좋습니다. 안내판에 열린송현 녹지광장 부지가 조선시대부터 어떻게 변해왔는지 간략하게 적혀있습니다.
조선시대 고지도에 나타난 송현
1398년 소나무 숲인 구릉지로 경복궁을 보호하는 역할 <태조실록, 태조 7년 5월 16일> 경복궁 좌강의 솔이 마르므로, 그 가까이 있는 인가를 철거할 것을 명령하였다고 합니다. 경복궁 왼쪽 언덕(송현)의 소나무가 말라 언덕 인근의 집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1700년대에는 한양전도와 도성대지도에 송현이 나타나 있고, 1800년대에는 대동여지도에도 이 부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1900년대 조선말 우국지사 김석진의 집이라는 것을 최신경성전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일제에 넘어간 송현
1910년대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자 윤덕영 일가의 집이라는 것이 경성부시가강계도에 나와 있습니다. 1920년대 조선식산은행 사택 건설 및 문화주택 건립한 내용이 조선총독부지형도에 나와 있습니다. 1930년대에는 동명이 일본식 지명으로 바뀌어 송현성으로 변경되었고, 이것은 대경성부대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40년대에는 1945년 광복 후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송현동으로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송현
1950 ~ 1990년대 해방 이후 40여 년간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삼성생명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연이은 개발계획 무산과 부지 임시 개방
이후 2000 ~ 2010년대에는 삼성, 미술관 등 부지 개발계획이 무산되기를 반복하였고, 2008년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여 도심 호텔 등 건립을 계획하였으나 이 또한 무산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2년 현재 송현동 부지를 임시 개방하여 열린송현 녹지광장이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녹지광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여러 개가 있습니다. 안내판이 있는 입구가 정문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외에도 작은 길이 여러 방향으로 뚫려 있어서 어디서든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길에 위의 사진처럼 열린송현이라는 글씨가 세워져 있습니다.
도심 속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공원 안쪽에는 꽃과 산책로가 있어서 구경하며 걷기 좋고, 공원 바깥쪽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돌담길을 따라 걷기 좋습니다. 꽃이 내려다볼 수 있는 낮은 높이로 심어져 있어서 구경하기도 편했고 광장이 더 넓어 보이기도 합니다.
산책길을 따라 가로등이 세워져 있습니다. 밤에도 걸을 수 있도록 불이 들어옵니다. 잔디 위에 동그랗고 커다란 전등도 몇개 있는데, 여기에도 밤에는 불이 들어와서 야간 데이트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열린송현입니다. 아직 풀이 덜 자란 곳이 많고 자리를 잡는 중이어서 그런지 휑해 보이네요. 준비 중인 공간이 많아서 그런지 낮에는 스프링클러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밀도 높고 예쁘게 잘 심어져 있는데, 꽃이 다 낮게 심어져서 더 휑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110년 동안 닫혀있던 송현동 부지입니다. 올해 처음 개방해서 아직 준비 중인 공간이 많긴 하지만 이렇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는 겨울이라 꽃은 지겠지만, 근처 갈 일 있으면 종종 들러 산책해야겠습니다. 의미 있는 공간이니만큼 인사동이나 삼청동 놀러 가시는 분들은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 구경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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