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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by 나노피코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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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마음이 복잡하여 결국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몰아쳤고, 쉬이 극복할 수 없음을 스스로가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조각이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에세이에 기대곤 했지만, 이 책은 '도배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나에게 조금 더 특별히 다가왔다.

나는 항상 '전문가'가 되길 원했다. 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길 원했고, 어떤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꾸준히 찾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살다 보니 그렇게 되진 않았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기술과 전문가에 대한 갈증이 훨씬 더 심해졌다.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은퇴가 없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기술직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도배사라는 직업을 집어내게 되었다.

책-사진

도배사는 말 그대로 도배를 하는 사람이다. 다른 기술직과는 다르게 몸에 지닌 작은 도구들로 큰 벽을 말끔하게 만드는 것이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도구를 적게 쓴다는 것은 그만큼 내 손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으로 그리고 내 몸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정보수집부터 하는 성격이다 보니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 도배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이 잡듯이 뒤져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과정 중에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청년 도배사 이야기」이다.

저자는 나와 같은 직장인이었지만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도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게 시작한 도배 일을 2년 넘게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달라진 점,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점까지 여러 방면에서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충과 업계의 분위기, 직업을 대하는 자세까지 현장을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쏟아졌다. 특히 '젊은 여성 도배사'라는 점이 도배일을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화장품과 네일아트 대신 쿨토시와 안전화를 고르는 소비의 변화부터 건설 현장의 화장실 문제,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성차별적인 문화까지 어쩌면 수면 위로 올리기 어려운 부분까지 당당하게 드러냈다.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첫 삽을 뜬 것이다. 도배사라는 직업을 들여다보려고 책을 집어 들었다가, 도배라는 직업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까지 엿보게 되면서 참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진입장벽이 낮아서, 기술을 연마하면 벌이가 나쁘지 않아서 도배사를 만만하게 보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도배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콕 집어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도배를 시작하기 전, 도배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도배사의 생활을 엿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도배 일은 단기가 아닌 장기전이고, 일당 올리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실력을 올리면 일당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도배기술을 내 것으로 흡수시켜서 그것을 품질로 증명해 내는 것이 도배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고 많은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도.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도배 또한 절대 쉬이 생각하고 시작할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니 다른 도배사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궁금해져서 결국  「교관의 일기」와  「도배 선물 받은 두 번째 삶」도 구매하였다. POD(Publish On Demand)여서 책을 받는데 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리지만 기다리는 시간만큼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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