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정말 건강에 좋지 않은 걸까?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이 하루 1잔 이상을 돌파한 현대 사회에서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소비량에도 불구하고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못하기도 합니다. 카페인 민감도가 높은 사람을 위해 현재는 다양한 디카페인 커피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을 추출하며 사용된 유기용매로 인해 디카페인 커피가 되려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서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란?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 생두에 특정 공정을 가하여 카페인을 제거한 다음 로스팅한 것입니다. '떨어진다'는 의미의 접두사 de-가 카페인 앞에 붙어서 '카페인이 떨어진(혹은 적은)'을 뜻합니다. 디카페인이라고 하여 카페인이 100%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 디카페인이라고 할지라도 약 2 ~ 3%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EU에서는 99% 카페인이 제거되었을 때, 다른 국가에서는 97% 카페인이 제거되었을 때에만 디카페인이라고 표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90% 이상의 카페인이 제거됐을 때 디카페인이라고 표기할 수 있습니다.
생두에서 오로지 카페인만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카페인 외에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까지 추출이 되다 보니 '디카페인 커피는 맛이 없다'라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현대에는 카페인을 추출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맛과 향을 살린 디카페인 원두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카페인 추출 원리와 방법
1. 로셀리우스 방식
1905년 독일 커피 상인 로셀리우스가 개발한 카페인 추출방식으로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 지었습니다. 이 방식은 증기를 쐰 생두에 주로 벤젠을 첨가하여 카페인을 분리해 냈지만 벤젠의 유해성으로 인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2. 유기용매를 사용한 직접/간접방식
용매를 활용한 추출법은 크게 직접방식과 간접방식으로 나뉩니다. 직접 방식은 생두를 유기용매에 직접적으로 닿게 하여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법이고, 간접방식은 물과 유기용매를 사용하여 카페인을 추출해 내는 방법입니다.
2-1. 직접 방식
생두에 압력을 가하고 여기에 증기를 쐬어 주면, 커피콩이 부풀어 올라 표면적이 넓어져서 카페인 제거가 용이해집니다. 여기에 에틸아세테이트(ethyl acetate) 혹은 메틸렌클로라이드(methylene chloride) 등을 넣고 용매의 끓는점에 가까운 온도에서 약 10시간 동안 생두를 씻어내며 카페인을 제거해 줍니다. 이후 씻어낸 용매에 다시 10시간 동안 수증기를 쬐어 잔류 용매를 제거해 주면 소량의 용매성분만 커피에 잔류하는데,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로스팅과정에서 모두 날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에틸아세테이트와 메틸렌클로라이드는 독성이 있고, 다량에 노출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됨에 따라 해당 제조 공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2-2. 간접 방식
용매와 생두가 직접 접촉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생두를 뜨거운 물에 몇 시간 동안 담가둡니다. 이렇게 하면 카페인을 포함한 여러 수용성 성분들이 물에 녹아 나옵니다. 생두를 빼낸 후 물에 용매를 넣어 카페인을 제거해 줍니다. 카페인만 제거된 물에 새로운 생두를 넣어 카페인을 빼내고 여기에 다시 용매를 넣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면 물에 수용성 성분이 포화되어 나중에는 생두에서 카페인만 빠져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이 방식은 원두의 향미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방식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카페인을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생두에 압력을 가한 상태에서 증기를 쐬어 생두를 부풀려 줍니다. 고압, 고온(약 300 기압, 65’C 이상)의 액화 상태의 초임계이산화탄소에 생두를 담그면 이산화탄소가 생두에 침투하여 97 ~ 99%까지 카페인을 용해 또는 분리합니다. 공정은 최대 12시간 정도 지속됩니다. 이 방식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카페인을 쉽게 녹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온고압의 조건을 충족할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4. 스위스 워터 방식
대표적인 디카페인 추출법으로 알려진 이 방식은 1930년대 초에 Swiss Water Decaffeinated Coffee Company에서 개발한 방법입니다. 커피 향 손실을 줄이면서 카페인만 제거하는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기용매를 사용한 간접방식과 그 원리가 비슷하지만, 카페인을 제거하는 용매대신 활성탄(카본필터)을 사용하면서 물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두추출물(GCE: Green Coffee Extract)이라는 용액이 필요합니다. 생두추출물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생두를 뜨거운 물에 넣어 카페인을 포함한 수용성 물질들을 물에 녹여줍니다. 이 물을 활성탄(카본필터)에 통과시켜 분자량이 큰 카페인만 걸러냅니다. 결과적으로 카페인은 제거되고 나머지 수용성 성분만 남은 생두추출물이 완성됩니다.
생두추출물에 새로운 생두를 넣어 카페인만 빼내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생두추출물에는 카페인을 제외한 수용성 물질만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생두의 카페인만 녹아 나오게 됩니다. 카페인이 제거된 생두는 건져서 말린 다음 사용합니다. 카페인을 추출한 물은 다시 활성탄에 걸러서 카페인을 제거하고, 생두추출물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생두를 뜨거운 물에 넣어 불려줍니다.
- 카페인을 포함한 수용성 물질들이 물에 녹아 나옵니다.
- 생두를 빼고 남은 물을 활성탄에 통과시켜 카페인만 걸러냅니다. 이 물을 생두추출물이라고 합니다.
- 생두추출물에 새로운 생두를 넣어 카페인을 추출합니다.
- 생두추출물에는 카페인을 제외한 수용성 물질만 존재하여 삼투압으로 인해 생두의 카페인만 물에 녹아 나옵니다.
- 녹아 나온 카페인은 활성탄에 걸러집니다. 필터 교체 후에 새로운 생두를 추가하여 4 ~ 6번 과정을 반복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정말 건강에 좋지 않은가?
카페인 추출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용매추출, 이산화탄소로 추출, 스위스 워터 추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미국 FDA는 용매추출에 사용되는 메틸렌클로라이드의 양이 미량이기 때문에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각국의 디카페인 제조 공정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가 먹고 있는 디카페인 커피의 원두가 용매추출 방법을 사용한 것일 수도, 스위스 워터 추출방법으로 추출한 원두일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사진은 투썸플레이스에서 실제 판매 중인 디카페인 원두 봉지의 옆면입니다. 봉지 앞면에는 SWP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것은 SWISS WATER PROCESS를 줄여서 표현한 것입니다. 투썸에서 판매하는 디카페인 원두는 안전한 스위스 워터 방식을 사용하여 카페인을 추출한 원두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디카페인 원두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카페인을 추출한 원두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공정으로 완성되었는지 걱정된다면 투썸에서 판매하는 원두처럼 추출 방식이 표기되어 있는 원두를 구매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유기용매를 사용하여 추출한 방법만 피한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해당 내용이 도움 되셨길 바라며 이상으로 디카페인 커피가 정말 건강에 좋지 않은지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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